
오늘 얘기해볼 펜은
sf닙의 파이롯트 에라보.
파이롯트는 디자인이 참 재미가 없다.
나도 펜의 디자인을 크게 신경쓰는 편이 아니라 그냥 무난하게만 만들어주는데에 만족하는 편이다.
색깔도 검정, 빨강. 두종류 뿐.
원래 sef닙 검정을 하나 갖고 있었어서 sf닙은 빨강으로 사려고 했는데 가격이 괜찮은 중고매물이 올라와서 두자루 다 검은 색으로 갖게 되었다.
필통에서 꺼낼 때마다 헷갈린다.
펜파우치도 쓰지 않는다. 그냥 필통에 넣어놓고 쓰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면 기스가 어마어마하다.
그렇다면 나는 컬렉션으로서 별 의미도 없어보이는 심심한 디자인의 펜을 두개나 가지고 있을 만큼 에라보를 좋아하는가.
에라보는 닙이 독특하게 생겼다.
매의 부리처럼 위로 한번, 아래로 한번 꺾여있는데 그런 설계때문에 독특하게 통통튀는 스프링같은 필감이 있다.
심지어 S, 연성닙이다.
마치 탄성이 엄청난 g펜을 쓰는 느낌을 주는데 글씨를 쓸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파이롯트답게 흐름도 좋아서 f촉임에도 잉크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sef닙은?
둘은 신기하게도 필감이 많이 다르다.
통통튀는 탄성은 둘다 같다.
sf닙은 파이롯트 특유의 종이와 맞닿았을 때의 부드러운 필감이 살아있지만, sef닙은 그냥 바늘이다. 바늘로 종이에 쓰는 필감.
닙끝에 볼이 있기 때문에 g펜만큼 바늘은 아니지만 상당한 사각바늘필감이다.
그런데 이 녀석도 그 와중에 콸콸펜이다.
극세필이 콸콸이라고? 그 모순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그리고 진짜 바늘같은 필감도 괜찮다면 sef, 에라보의 필감을 제대로 느껴보고싶다면 sf를 추천한다.
sm닙도 존재하는데 sm닙의 경우 연성닙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덜 느껴졌다.
만년필을 좋아한다면, 세필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에라보 sf를 한번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에라보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하, 좀더 실사용적인 정보.
에라보는 수지, 황동 두가지 재질이 있는데 수지는 파이롯트의 개구린 작은 컨버터만 들어가고, 황동엔 큰 컨버터도 들어간다.
10만원 정도 가격차이가 나기때문에 의도적으로 차별화를 한 것 같다.
나는 필감만 느끼면 되기 때문에 수지 재질로 구입했다.
파이롯트 펜이기 때문에 이로시주쿠 잉크를 썼을 때 가장 필감이 좋다.
지금 sf엔 이로시주쿠 콘페키(콘페키는 콸콸펜에 넣으면 정말 예쁘게 나온다), sef엔 누들러 엑스페더(조금 뻑뻑하게 나와서 더 바늘같은 필감이 되었지만 신기하게도 여전히 콸콸나온다)를 쓰고 있다. 잉크를 크게 타진 않는다.
'만년필덕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내 만년필 기록 파이롯트 커스텀 742 FA (1) | 2024.11.13 |
---|---|
5 내 만년필 기록 플래티넘 큐리다스 (0) | 2024.11.12 |
4 내 만년필 기록 파이롯트 프레라 (0) | 2024.11.11 |
3 내 만년필 기록 라미 룩스 (1) | 2024.11.10 |
1 내 만년필 기록 (7) | 2024.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