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덕질

6 내 만년필 기록 파이롯트 커스텀 742 FA

notion6543 2024. 11. 13. 20:39

커스텀742 FA닙은 순전히 FA닙을 경험해보기 위해 구입했다.
필압이 먹히니 선화를 그릴 때도 쓸 수 있지않을까? 하는 마음도 분명 있었다.
결과적으로 후자의 용도로는 꽝이었지만 나는 이 펜을 아주 좋아한다.
FA닙에 대한 감상은 개인차가 제법 있는 듯 하지만, 내 경우 필압없이 아주 가벼운 터치로 글씨를 쓸 때 가장 즐겁다.
최소한의 힘으로 닙 끝이 종이를 스칠 때마저 느껴지는 닙의 폭신함이 예술이다.
필압을 줘서 선에 강약이 있는 글씨를 쓰는 것도 재미있다.
최소가늘기가 두꺼운 편이고(파이롯트 기준 m닙 이상)필압을 받았을 때의 움직임이 g펜과는 약간 결이 달라서 그림 그릴 때 쓰기엔 적합하지 않다.
그냥 글씨쓰면서 가지고 놀기에 아주 재밌는 펜이다.
(그림용으로는 이전에 소개한 에라보가 정말 좋다)
에프피알의 플렉스시리즈와도 다른 느낌인데 굳이 따지자면 에프피알이 좀더 g펜 느낌에 가깝지만 내가 써봤을 때의 감상은 양쪽의 장점을 갖고있다기보다는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었다.
플렉서블닙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g펜이나 에라보를, 글씨를 쓴다면 커스텀시리즈의 소프트닙이나 FA닙을 쓰는게 좀더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플래티넘의 소프트닙도 꽤 괜찮다.
아무튼 FA닙은 독보적으로 희한한 필감을 가지고 있다.
만년필 유저답게 약한 필압으로 글씨를 쓰는 것에 익숙하고, 희한한 필감을 느껴보고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혹시 내 fa가 레일로드현상이 심하다면 사용잉크로 이로시주쿠 타케스미를 써보자.
레일로드가 싹 사라지고 콸콸 잘나오는 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