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백업

004

notion6543 2024. 11. 27. 21:33

***

일어났다.
이번에도 내 방이었다.
이틀 연속으로 정신을 잃다니....
내 방엔 나말고 아무도 없었다.
나는 멍하니 있다가 옆에 놓인 물컵을 발견해 들고 물을 한모금 마셨다.
차갑지만 덕분에 정신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었다.
인형을 조종해서 싸우고, 심지어 이기기까지 했다.
지하실에서 인형을 보고 감동해서 지금까지 꿈을 꾼게 아닐까?
인형이고 인형사아카데미고 코어고 전투고 전부 꿈이고 루아는 내가 멍청하게 기절해 있는 동안 고객님이 이미 사가신거지.
나가면 거실을 쓸고 있던 시에스타가 깨어나셨냐고 반길거고, 나는 루아를 판 돈으로 봄에 일반 기숙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꿈같은 꿈이었다.... 꿈이니까.
일어나려하자 머리가 울렸다.
아프다.
지하실에서 넘어질 때 머리를 잘못 부딪혔나?
나는 큰소리로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시에스타!”
근처에 아무도 없는지 대답조차 없었다.
아픈 머리를 쥐어싸매고 침대를 벗어나 복도로 나갔다.
조용하다.
창밖을 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집안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니 응접실 쪽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접실 문 앞엔 집사장이 서있었다.
“집사장! 다들 어디갔어요?”
“레오 도련님! 일어나셨군요! 마침 응접실에서 얘기 나누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집사장의 안내를 따라 응접실에 들어서니 어머니와 시에스타, 풋맨 디토, 그리고 고객님인 브라운 경 등등 어른들이 있었다.
그 옆에 커다란 유리관이 서있었는데 말끔한 루아가 그 안에 있었다.
역시 꿈이었구나.
루아는 내 인형이었던 적이 없구나.
브라운 백작이 입을 열었다.
“레오 군! 내년부터 루아와 인형사 아카데미에 다니게 될걸세. 4년동안 걱정말고 열심히 훈련하게.”
“네?”
어머니도 거들었다.
“레오! 이게 무슨 일이니, 백작님께서 너를 정말로...!”
어머니는 말과 잊지못하고 눈물을 주륵주륵 쏟아냈다.
옆에 서있던 시에스타가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드렸다.
“주인님~, 좋은 일인데 이렇게 우시면 어떡해요~.”
어머니는 몇번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우셨다.
꿈이 아니었다고?
그때 브라운 백작이 나를 보곤 자리에 앉으라 손짓했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을 숨기지못한 채 어머니의 곁에 브라운 백작을 마주하고 앉았다.
그가 미소를 띤 입을 열었다.
“레오 군, 나는 인형을 정말 좋아하네.”
“네, 네.”
그래보이십니다.
브라운 백작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루아가 담긴 유리관을 힐끔 봤다.
루아의 쇄골아래 코어가 없었다.
전투에서 소진한거구나.
내가, 루아를 조종했던 거야.
“우리 가문에 소속된 인형사도 많이 있지. 이렇게 학생을 후원하는 건 처음이다만.”
그렇다. 사실 귀족집안의 자제들이 인형사가 되기 때문에 누군가의 후원을 받을 일이 없다.
보통 가주가 될 일 없는 셋째나 넷째쯤 되는 아이들이 인형사가 된다.
백작의 아들인 빨간 머리도 분명 그 정도일 것이다.
그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고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는 오늘 인형과의 통신이 처음이면서 1년이나 아카데미를 다닌 내 아들을 이겼어. 분명히 재능이 있다는 뜻이겠지.”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볼살이 투실한 얼굴이 내 얼굴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들어가면 필시 좋은 성적을 거둘걸세. 만약 자네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되면, 자네 학비로 나갈 예정이었던 돈은 고스란히 자네 통장으로 넣어주겠네.”
돈을 벌면서 학원을 다닐 수 있다고?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그날 저녁, 나랑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빨간머리와 함께 브라운 백작님은 마차를 타고 돌아갔다.
지금은 12월말이고, 입학은 3월.
대략 2달 남짓 남았다.
나는 입학 준비를 시작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별로 없었지만.
평소처럼 집안일을 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루아의 상태를 점검하고, 1월이 끝날 때쯤 날아온 입학안내서와 1학년 교과서를 외울 듯이 봤다.
내가 입학하게 될 아카데미는 수도 아야샤에 있는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 아야샤 인형아카데미였다.
며칠 전 전서구를 통해서 받은 백작님의 편지내용으로 볼 때 빨간 머리(타이란이라고 한다)와 같은 아카데미라고 한다.
그 녀석, 허접인 줄 알았는데....
나는 내 방 책상에 앉아 편지와 입학안내서를 또 들여다보고 있었다.
원래는 아카데미에 입학할 때 마탑으로부터 인형을 분양받는데 나는 이미 인형이 있기 때문에 분양받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어차피 살 돈도 없다.
나는 책상 옆에 세워둔 루아의 유리관을 바라봤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겨울햇살에 루아의 스커트가 반짝반짝 빛났다.
인형의 옷은 기사들이 입는 특수 소재로 되어있어서 웬만한 데미지에는 끄떡도 없다. 그래서 루아의 스커트 자락엔 그 날 전투의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난 기사가 싸우는 것도 본 적 없으니 새삼 신기하단 말이지....’
루아를 보고있어도 내가 인형사가 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빨리 입학하고 싶다....
2월 말. 소식을 들은 형이 입학을 일주일 앞두고 집에 잠시 들렀다.
형은 큰 걸음으로 걸어와 나를 와락 안아주었다.
“레오! 축하한다. 바로 축하하러 와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나딘 형, 숨막흐....”
형은 180이 넘는데 나는 왜 아직 170이 안될까?
형이 내 어깨를 잡으며 얼굴을 보고 말했다.
“녀석, 키는 별로 안컸어도 근육은 많이 붙었는데? 제법 남자다워졌어.”
나는 씨익 웃어보였다.
“놀릴거면 키 나눠줘!”
형과 나는 잠시 마주 웃었다.
형은 또 성큼 발을 돌려 어머니를 꼭 안았다.
어머니 눈에 또 눈물이 맺혔다.

형과 나는 루아의 유리관 앞에 섰다.
형은 수도 아야샤의 대형 상단에서 일을 배우고 있는데 루아같은 ‘인형’이나 인형사를 꽤 자주 본다고 한다.
“나도 우리집에 이런 인형이 있는 줄은 몰랐네. 어떻게 작동 시킨거야?”
“어?”
그러게? 기억을 더듬던 내 머릿속에서 그 때의 입술의 감촉이 떠올랐다.
“어? 어, 나도 잘...잘 몰라!”
내 얼굴 분명히 시뻘게져 있을 것이다.
“어라? 얼굴이 시뻘건 게 수상하다? 인형에 수상한 짓 한 건 아니겠지?”
“무슨, 무슨 소리야! 그 날 그, 그게.”
내가 말을 더듬거리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세 번의 노크소리가 들렸다.
“시에스타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시에스타!”
형이 몹시 밝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들어오라 불렀다.
시에스타 나이스!
까만 메이드복과 하얀 앞치마의 그녀가 다과세트가 올라간 티 트레이를 끌고 방으로 들어왔다.
형은 반갑게 시에스타에게 다가가 티 트레이를 빼앗듯이 끌고 왔다.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된 채였다.
“시에스타, 너도 못 본 새에 좀 큰 것 같다?”
“네? 도련님도 참, 저 28살이에요, 어떻게 더 커요~.”
메이드가 쿡쿡 웃었다.
“아니, 키 말고.”
형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보다 살짝 아래를 향해 있었다.
시선을 눈치챈 시에스타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나딘 도련님!”
그녀가 빽 소리를 질렀다.
“아니~, 미모가 더 커졌다고. 무슨 생각을 한거야?”
와, 형 능청.... 시에스타가 가슴이 좀 큰 편이긴 한데 형은 징그러워.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이 있어서인지 저정도 농담은 그냥 넘어가는 모양이다.
형이 25살이니 나이차이도 얼마 안나고 시에스타도 나이가 한참 찼는데 이럴거면 그냥 결혼을 하지. 볼 때마다 저러는 거 정말 꼴보기 싫다.
셋이서 시시덕거리며 차와 함께 과자를 먹었다.
잠시 후, 집안일이 바쁘다고 시에스타는 양해를 구하고 다시 방 밖으로 사라졌다.
조용해진 우리는 다시 루아에게 관심을 돌렸다.
“인형은 원래 사람같지 않게 예쁘지만, 루아?”
형이 이름을 확인하듯 끝을 올렸다.
“응, 루아야.”
“루아는 분위기가 뭔가 신비롭네. 옛날 인형이라 그런가? 뭐, 옛날 인형이라고 해서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니 그건 다행이네.”
그렇다.
‘인형’은 먼 옛날, 천재 마법사 ’디트리히’가 개발한 인형 배아 시스템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해, 아직까지도 그 마법사가 만들어놓은 배아 시스템 안에서만 만들어진다고 한다.
마법이라는 게 원래는 고작해야 물건을 조금 강화하거나 작은 개체의 온도를 변화시키거나 하는 수준이고, ‘코어’라 불리는 광물에 응축된 마나를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개발한 것이 ‘인형’이라고 한다.
마나는 인체의 구성성분을 통해서만 활용이 가능한데, ‘코어’를 사람에게 직접 쓰는 것이 너무 위험했기 때문에 그걸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만 인격은 없는 존재, ‘인형’을 만들어 ‘코어’의 마나를 활용한 것이다.
인형 배아 시스템은 그 복잡도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여서 마법이 그때보다 조금 더 발달한 지금도 인형 배아 시스템을 복제하거나 개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마탑의 성지, 토우아 지역에서만 인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만들어지는 인형의 기능 등은 어느정도 선택할 수 있어서, 현재는 예전보다 어휘력이나 표정이 제한된 인형만이 생산되고 있다.
“만약 루아가 100년 이상된 인형이라면, 말이나 표정이 다양할 수도 있겠네.”
형이 말했다.
“인형은 보통 각인된 주인이 죽으면 저절로 파기되니까 100년 이상된 인형이 움직인다는 건 보통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하지만 루아에게 네가 첫 주인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의문은 의문으로 남은 채, 입학 일주일 전이 되었다.
아침부터 내 앞으로 우편이 하나 도착했다.
주먹보다 조금 작은 소포였는데, 겉에는 브라운 백작님의 짧은 메모가 있었다.
[레오군에게. 아카데미 측에서 이 이례적인 일에 대해 인형과 같이 입학하는 것을 허락했다네. 같이 갈 수 있게 작은 코어를 하나 보낸다. 입학을 축하하네. 브라운.]
코어?! 신난다!
나는 소포 포장을 허겁지겁 찢어 뜯고 그 안에 든 빛나는 붉은 코어를 두손으로 꼭 쥐고 방으로 뛰어갔다.
이정도 크기의 코어라면 입학식까지 너끈하다.
방에는 평소처럼 유리관 안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루아가 있었다.
유리관을 열어, 코어를 루아의 쇄골 아래에 가져다 대니, 코어는 천천히, 부드럽게 루아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코어가 쇄골아래에 빨갛게 자리잡았다.
루아의 감긴 눈이 반짝, 하고 떠졌다.
몇 번 눈을 깜박인 루아가 나를 보았다.
“주인님, 안녕하세요.”
무표정하게 나에게 인사한 루아가 유리관에서 살포시 내려섰다.
내려서자 나보다 훅 작아진 루아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고는 아주 연하게 살짝 미소짓는 듯 했다.
인형은 미소짓지 못하는데, 그냥 그런 기분이 든 것 같다.
루아는 자율운행 방식으로 시에스타에게 집안일을 배웠지만, 전혀 익히지 못했다.
싸우는 것이 본능인 존재이기 때문일까?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정도는 할 수 있어서, 조금은 집안일을 도울 수 있었다.
루아가 다시 깨어나고 이틀째 되는 날, 나는 루아와 함께 장작을 패러 집 앞에 있는 앙상한 숲으로 향했다.
인형은 눈을 밟는 게 재밌는지 종종걸음을 걷거나, 눈이 많이 쌓인 부분을 발끝으로 꾹 눌러보는 등, 장난을 치며 따라왔다.
나는 평소처럼 작은 한손도끼를 들고 나뭇가지를 패서 지게에 실어나갔다.
눈 장난을 치던 루아가 그런 내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는가 싶더니, 내게 말했다.
“주인님, 저도 해봐도 될까요?”
나는 루아에게 도끼를 건넸는데, 도끼를 본 루아가 쩔쩔매며 고개를 저었다.
참, 인형은 도구를 잘 쓰지 못하지.
나는 머쓱하게 손을 거두었다.
루아는 근처에 있던 나무를 손으로 뽀각뽀각 쿠키부수듯 부쉈다.
아~, 손으로 할 수 있구나.
지게는 금세 땔목으로 가득찼다.
내가 지게에 땔목과 도끼를 묶는 동안 루아는 또 눈을 뽀득뽀득 밟고 놀았다.
그 모습이 어쩐지 진짜 내 또래의 여자아이같아서 나도 같이 뽀득뽀득 놀았다.
눈사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줬더니, 손바닥만한 눈사람을 만들어냈다.
나는 루아가 만든 눈사람을 지게위에 싣고, 같이 뽀득뽀득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개학을 사흘 남겨둔 늦겨울.
나는 형이 쥐어준 돈으로 루아와 함께 마차에 탔다.
루아는 75kg정도의 경량형 인형이고, 나는 짐도 많지 않았기에 작은 마차로도 충분했다.
인형은 무거우면 150kg까지도 나간다고 한다.
인체와는 다른 특수한 금속이 뼈 등에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루아의 유리관은 우리집의 다른 메이드, 레베카가 모아다 준 낡은 이불 천으로 둘둘 감아 마차 위에 실었다.
수도 아야샤에는 개학 전날 저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문에서 내 신분증을 검사하고, 인형 검사기로 루아도 검사해 통과했다.
문지기가 인형이 부럽다는 듯 말해 나는 조금 쑥쓰럽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아야샤는 수도답게 해가 져서 하늘이 새까만데도 군데군데 불빛과 사람들로 활기찼다.
"도련님! 이곳입니다. 브라운 백작님이 추천하신 여관입니다."
마차꾼이 크게 외치며 마차를 세웠다.
"먼길 감사합니다."
나는 꾸벅 인사했다.
"뭘요! 즐거운 학교생활 되시길!"
마차꾼은 내가 쥐어준 적은 팁을 받고는 유리관을 여관 앞에 내려주고 마차와 함께 떠났다.
번화한 밤거리에 내가 챙겨야할 인형과 나, 단 둘이 되었다.
설레고 긴장되었다.
이 먼 곳에서 내가 잘 해나갈 수 있을까?
나는 짐가방을 매고, 한손엔 루아의 손을 잡고 여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관에선 제법 큰 1인실을 배정해주었다.
짐과 루아를 방에 두고 다시 내려와, 유리관을 끙끙 간신히 끌고 방으로 돌아왔다.
방은 오래되어 낡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방에 들어오니 소란스러운 밖이 다른 세상인듯, 작게 들리는 술취한 어른들 웃음소리를 제외하면 조용했다.
루아는 내가 데려온 그대로 짐가방 옆에 동그라니 서있었다.
"루아, 이럴 땐 어디든 편하게 앉아있어도 돼."
"네, 주인님."
루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딸린 의자를 끌어 앉았다.
잠시 후, 여관에서 서빙해준 저녁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먹고 있으려니, 루아가 맞은 편에 앉아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루아 옆에서 밥을 먹으면, 루아가 빤히 바라보곤 했기 때문에 그러지 말아달라고 한 뒤로는 저렇게 창밖을 바라보기로 한 모양이다.
야채스프는 진하고, 빵과 고기도 맛있었다.
음식이 입에 들어오니 배고픔이 오히려 확 느껴졌다.
허겁지겁 먹다가 문득 루아의 옆모습이 보였다.
가만히 달을 보고있는 듯 했다.

"루아."
"네, 주인님."
루아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대답했다.
"루아랑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루아는 어쩐지 입을 다물었다.
인형은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까 이럴 땐 어쩐지 아쉬웠는데, 루아도 아쉽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음식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어서, 할말도 없는 걸까?
루아는 그렇게 나를 바라보다 작게 입을 열었다.
"...언젠가 그렇게 될 지도 몰라요."
"그게 무슨 말이야?"
루아가 살짝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이 연한 핑크빛 볼 위에 그림자졌다.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나는 다먹은 그릇을 방앞에 내어놓고, 침대에 누웠다.
편안했다.
루아가 램프등을 꺼주었다.
"주인님, 안녕히 주무세요."
창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이 루아의 밝은 머리카락만을 살짝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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