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6

004

***일어났다.이번에도 내 방이었다.이틀 연속으로 정신을 잃다니....내 방엔 나말고 아무도 없었다.나는 멍하니 있다가 옆에 놓인 물컵을 발견해 들고 물을 한모금 마셨다.차갑지만 덕분에 정신이 들었다.기억을 더듬었다.인형을 조종해서 싸우고, 심지어 이기기까지 했다.지하실에서 인형을 보고 감동해서 지금까지 꿈을 꾼게 아닐까?인형이고 인형사아카데미고 코어고 전투고 전부 꿈이고 루아는 내가 멍청하게 기절해 있는 동안 고객님이 이미 사가신거지.나가면 거실을 쓸고 있던 시에스타가 깨어나셨냐고 반길거고, 나는 루아를 판 돈으로 봄에 일반 기숙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꿈같은 꿈이었다.... 꿈이니까.일어나려하자 머리가 울렸다.아프다.지하실에서 넘어질 때 머리를 잘못 부딪혔나?나는 큰소리로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소설백업 2024.11.27

003

***“네?”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빨간 머리 소년은 찡그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브라운 백작이 인형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아름다운 인형이야.”그리고 아쉬운 듯 한숨을 내 쉬었다.“레오 군의 자의가 아니었다고는 해도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떡하겠나? 내가 포기해야지. 강제로 주인을 바꾸는 행위는 나도 좋아하지 않는다네.”그는 나와 인형에게 다가오며 이어서 말했다.“나는 인형을 몹시 좋아하지. 어떤 마법사도 고장의 원인을 찾지못해 방치되었던 인형이 어느날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그건 내게 올 운명이 아니었던 거 겠지.”브라운 경이 내 머리위에 손을 올리고 통통한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였다.으악, 뚱뚱한 아저씨의 손길 불쾌하다!나는 어색하게 웃는 얼굴로 브라운 백작을 올..

소설백업 2024.11.27

002

***눈을 떴다.잊혀지지않을 맑은 초록색의 눈동자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으아악!”나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앉았다.그제서야 그 옆에 앉아있는 시에스타가 보였다.시에스타가 나를 보며 가슴을 쓸었다.“도련님! 다행이다, 어디 아프신데는 없으세요?”“아니, 아니, 저, 저, 저,”시에스타는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한 번 슥 봤다.그 자리엔 어제 본 초록색 눈의 인형이 무표정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아! 인형!”시에스타는 절친이라도 소개하듯 인형의 뒤로 가 인형의 두 어깨를 잡고 웃었다.난 그 황당한 장면에 입만 뻐끔거렸다.“얘가 주인님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질 않아요. 그래서 밤새 같이 간호했지 뭐에요.”“아니, 하지만 고장난 인형이라고....”“전 잘 모르니까요! 맞아, 큰 주인님 모셔올게요!..

소설백업 2024.11.27

001

남성향 미소녀물임. 취향이 아닌 분은 읽지마셔요...***얇게 쌓인 첫눈이 발 밑에서 뽀득뽀득 소리를 냈다.16살 남짓 되어보이는 단정한 옷을 입은 소년이 한손 도끼를 들고 그 작은 도끼로도 충분할 만한 나무를 팼다.노을이 지기 시작하자 지게가 땔목으로 가득 찼다.소년은 지게 위에 도끼를 단단히 묶어 지고 숲을 나섰다. 초겨울의 숲은 앙상해서 진작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칠이 벗겨져 듬성듬성 회색이 드러난 하얀 3층짜리 저택은 황량한 벌판에 덩그러니 홀로 서있었는데 그나마도 1층에만 불이 켜져있었다.저택 앞에 도착한 레오는 황량한 정원을 그대로 지나 정문을 힘껏 열었다.“집사장! 나 왔어!”“레오 도련님, 귀가하십니까!”머리가 새하얗게 샌 왜소한 노인이 잰걸음으로 그를 맞이했다.집사장은 집사장이라는 타이틀..

소설백업 2024.11.27

21 내 잉크 기록 파랑

아사가오의 테가 빛나고 있다....내가 가진 파란잉크들을 모아봤다.1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아사가오나팔꽃.나팔꽃이라기에 너무 진하고 쨍한 색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좀 들긴 하는데 오히려 좋아.선명해서 좋아하는 색.2 라미 블루아사가오랑 색이 엄청 비슷함.가성비.근데 요즘 이로시주쿠 잉크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매리트가 없어짐.사진에서 보다시피 아사가오보다 좀 차분하고, 나쁘게 말하면 흐리멍텅함.아사가오 산 뒤로 라미블루는 펜입을 안하게 되었다....흐름은 좋음. 아사가오같은 색 좋아하는데 아사가오만 쓰기 부담될정도로 필기량이 많다면 라미블루도 고려해볼만 함.3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콘페키하늘색.아주 진한 일본의 쨍한 여름하늘색이다.펜입했을 때 더 예쁜 잉크로, 세필에 넣어도 은근히 가독성이 좋다.현재 에라보..

만년필덕질 2024.11.27

20 내 잉크 기록 초록

오늘 보정이 좀 별로다.그래도 최대한 내눈에 보이는 대로 해보았다.1 디아민 애플글로리흐름 좋고 아주 맑은 초록이다.정말정말 쨍하고 상큼.2 디아민 스프링그린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야아아아악간 더 채도가 낮다.그냥 연두색 같은데 약간의 카키느낌때문에 가독성이 좋다.흐름이 조금 박한 것이 개인적으론 흠.3 펠리컨 4001 다크그린펠리컨 4001이 대체로 색감이 좋다.가격도 좋고 흐름도 괜찮고 다크그린은 아이언갤이라 보존성도 좋은 편이다.다써가는데 한병 또 사다 쓸 듯.4001은 터콰이즈도 진짜 예쁜데 강추다.또 사고 싶은데 사용량이 많지않아서 고민중.4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스이교쿠(취옥)청록이긴 한데 파랗다기보단 초록에 좀더 가까운거 같아서 같이 넣었다.그런 복합적인 느낌이 예쁜 잉크.맑은 느낌인데 가독..

만년필덕질 2024.11.26

19 내 만년필 기록 파이롯트 습자펜(에르고그립)

파이롯트의 글씨연습용펜인 습자펜이다.한국에는 에르고그립이라는 이름으로 수입되었다.나는 에르고그립을 여러자루 가지고 있는데, 글씨쓰기엔 뭔가 미묘한데 그림그릴 때 무척 편하기 때문이다.싸고 닙도 튼튼하고 세필이어서 마구 다뤄도 되서 이런저런 여러 잉크를 넣어서 마구 쓰고있다.일제 ef닙 치고는 살짝 굵은 느낌도 있지만 그래봐야 서양 ef보다는 한참 가늘게 나온다.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도 검수가 잘 되어 나오는지 내 손을 거쳐간 에르고그립이 7자루쯤 되는데 그중에 품질이 좀 다르거나, 이상이 있는 개체가 하나도 없었다.서양제품이 만원짜리였으면 펜마다 두께도 다르고 이상하게 나오는 것도 있고 그랬을텐데...(라미를 노려보며)(아차 라미도 이제 일제군요)초보에게도 추천하는 좋은 펜이다.파이롯트의 단단한 필감을..

만년필덕질 2024.11.25

18 내 잉크 기록 블루블랙

소장중인 블루블랙잉크들이다.1 세일러 시키오리 요나가긴 밤이라는 뜻이다.파란색이 엄청엄청 새파래지다 못해 더 파래질 수 없자 검어지기 시작한 느낌의 강한 블루블랙이다.소위 말하는 '검은 잉크 질렸을 때 쓰기좋은' 블루블랙잉크.내가 아주 좋아하는 톤의 잉크.2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신카이심해.마르기 전에는 사진에 보이는 플래티넘 블루블랙처럼 약간 파란 느낌인데 마르면 사진에서 보듯이 회색빛의 오묘한 블루블랙을 띤다. 테 잘뜨는 종이에 쓰면 테도 살짝 뜨는데 미도리 노트정도만 되도 안뜰 정도로 약한 테.3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츠키요달밤.이 색 진짜 예쁘다.일본에선 이로시주쿠 인기색 탑3에 들어가는 모양이던데 우리나라에선 그정도는 아닌 느낌.염료잉크가 다 그렇지만 특히 물에 취약해서 물이 닿으면 글씨가 흔적도 ..

만년필덕질 2024.11.24

17 내 잉크 기록 회색잉크

나는 어두운 회색을 정말 좋아한다.박한 잉크는 싫어한다.회색 잉크는 보통 박하다.스톤그레이는 내 이상의 회색이었는데 막상 써보니 너무 박했다.그라폰이나 로트링에 넣으면 흐름이 아주 잘 어울리지만 파이롯트 펜들과의 궁합은 별로다.지금은 츄슈가 최애다.검은 색인듯 어두운 회색에, 약간의 블루블랙느낌(바이올렛이 섞인)도 있어 아주 매력적이다. 당연히 가독성도 좋다.키리사메도 흐름이 좋다. 밝은 회색이라 B닙 같은데 넣어서 잘 갖고 놀고있다.얼그레이도 스톤그레이랑 비슷하게 박하다.회색 잉크들이 대부분 이정도 흐름이라고 들은 것 같다.얼그레이와 키리사메는 둘다 사아알짝 핑크톤의 회색이라 귀여운 맛이 있다.

만년필덕질 2024.11.23